집의 주방은 가구나 인테리어가 아닌 집주인의 삶

Published by Jihun Jang on

적절한 싱크대 높이는 얼마일까? 싱크볼의 크기와 깊이는 어느정도가 적당하며, 싱크볼이 두 개는 어떨까? 음식물 처리기는 설치해야 하나? 설치한다면 어떤 제품을 설치해야 하나? 그리고 싱크대 상단과 상부장 하단의 적절한 치수는 어느 정도이며, 과연 상부장은 필요하긴 한걸까? 정수기와 전자렌지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나만의 커피 테이블을 별도로 두고 싶은데 괜찮을까? 대부분 주방가구 마감은 무늬목 혹은 하이그로시 혹은 고만고만한 이유는 왜일까? 내게 맞는 주방가구 관련 악세사리 및 하드웨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ㄱ자 주방 배치와 11자 주방배치 중 어떤 배치가 더 편할까? 냉장고는 어떤 타입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다용도실이 없다면 주방 수납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집짓기에서 집의 주방 가구 혹은 소위 주방 인테리어와 관련된 이슈들은 열거한 생각들 이외에도 훨신 다양한 내용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주방과 관련된 내용들이 이렇게 다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침대가 ‘과학’이라면 주방은 ‘삶’이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주방은 ‘가구’라고도 할 수 없고, ‘인테리어’라고도 할 수 없는 ‘삶 그 자체’를 투영하고 있는 집의 일부이자 주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간이며 장소입니다.

주방 인테리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은 다름 아닌 집주인의 다양한 삶의 방식임으로, 특정한 정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삶을 이해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소통과 프로세싱의 결과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성산동 상가주택, 설계 시공 by 비온후풍경


특히 이러한 주방 가구 또는 주방 인테리어의 대상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과 같은 신축인 집짓기 또는 리모델링일 경우 주방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나의 삶 자체인 주방에 대한 생각들을 과연 한샘이나 에넥스에서 상담 받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삶의 가장 극명한 투영의 대상인 주방에 대한 생각들은 ‘집과 거주함’이라는 공간과 장소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축가와 더불어 생각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대전 하기동 단독주택, 설계 시공 by 비온후풍경

여유가 있다면 논현동 수입가구 매장 혹은 한샘의 고급 라인에서 몇 천만원 때 주방 패키지로 집을 구성해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설령 비용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방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조차 불필요한 생각들은 아닐 것입니다.

집의 주방은 가구나 인테리어의 대상이 아닌, 나의 삶을 가장 극명하게 투영하고 있는 집주인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뜰리에 비온후풍경의 집의 주방에 대한 생각입니다.


0 Comments

답글 남기기

Avatar placeholder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