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디테일 의 문제는 전체에 대한 부분의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인 맥락을 우선 설정하고 부분적인 문제는 향후 단계별로 풀어간다는 전략은 #건축설계 프로세스에서도 보편적인 방법이다. (방법론의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정반대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떤 클라이언트는 집안에서 나무와 화초들을 키워보고 싶다고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종종 친환경 건축이란 대상에서 실내에 소위 그린-인테리어(Green-Interior)라는 개념으로 바닥과 벽체에 적극적으로 식재 된 공간을 접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종류의 문제해결 조건을 준다면 당장 고민해야 할 대상은 전체가 아닌 부분의 문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발을 딛고 다니는 실내 바닥은 나무나 화초를 심을 수 있는 일정 높이의 토심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내공간에 토심을 확보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바닥 구성에 대한 조금 특별한 디테일이 요구되는 대상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체적인 문제에 앞서 부분적인 디테일과 이를 통해서 어떤 건축물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우선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방법을 구현함에서 혹시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한 생각도 우선 필요할지 모른다. 다소 특별한 부분들을 포함한 대상은 일반적인 프로세스로 접근했다가 나중에 부분적인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프로세스의 상당 과정을 다시 피드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철재든 목재든 소재가 경량이거나 세잔한 부재로 (대공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지 않은 경간(Span)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 경량철골이든 경량목구조든 전체의 문제를 떠나 개별 부재의 접합방식에 대한 타입별 가능성과 이에 대한 구조 검토 작업이 우선 진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종종 전체적인 대상을 우선 계획한 후 향후 디테일을 해결하고자 할 때,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가 종료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아무래도 시공품질을 확보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비용의 문제나 현장작업환경의 문제, 시공성 등의 문제를 종합검토하여 경량철골을 선택하든, 경량목구조를 선택하든 재료와 시스템의 문제를 구체적인 디자인에 앞서 먼저 결정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사한 맥락을 갖는 대상 중 하나가 #경량목구조 라는 시스템이다. 경량목구조는 구조적 시스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내, 외부 마감 및 창호 등 건축의 대부분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체계성을 부여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경량목구조는 어떤 전체적인 형태나 볼륨을 가정하고 개발된 시스템이 아니라, 몇 가지 모듈과 단순한 형상의 부재를 조합하여 가장 효율적인 집짓기를 위해 개발된 #시스템 이다. 전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분적인 문제의 관심으로부터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어지간한 3, 40평대 단독주택 규모는 목수 서너 명으로 일주일 내외의 작업시간이면 골조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더불어 부재의 모듈을 고려한 단면 계획이 병행된다면 합리적인 자재 물량을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경량목구조라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량목구조로 조성된 주택단지들 대부분은 베벌리힐스(Beverly Hills)와 같은 주택이 아니라 지극히 보편적이고 평범한 주택단지들이다. 한때 경량목구조 초창기 도입 시절 미국 수입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평범한 경량목구조의 보편적 형태들이 부유층 별장의 아이콘으로 숭상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픈 현실이지만 지금도 그 시절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경량목구조라고 해서 모두 평범한 주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응용될 수 있는 것이 경량목구조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은 시스템의 근본적인 속성으로 인해 건축가가 상상하는 모든 형태를 합리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경량목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건축 시스템은 시스템의 속성에 따르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형태의 문제 이전에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시스템의 속성에 맞는 #디자인 #프로세스 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종종 애매한 지붕경사 각에 컬러타이(Collar Tie) 혹은 래프터타이(Rafter Tie)나 실링조이스트(Ceiling Joist) 하나 없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부의 균질한 백색 수성페인트 도장 면이 기하학적 구도로 깔끔하게 마감이 떨어지는 것을 의도한 목적이었다면 경량목구조가 아닌 다른 시스템을 고려했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의 문제는 건축가의 자의적인 판단 대상이 아닌 공학적 사실관계에 의한 문제이므로, 만약 건축가의 설계가 이러했다면, 외과 의사가 개복수술하고 바느질 안 한 것과 같은 이치이므로 당장 면허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끔 왜 경량목구조 #주택 은 시원스러운 발코니 혹은 테라스가 없느냐고 반문하는 건축주에게 우리는 충분히 만들어드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 또한 외과 의사가 개복수술하고 배 속에다 거즈 두고 바느질한 것과 유사한 이치이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경량목구조라는 시스템의 기본적인 속성과 상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특별한 대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과정까지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의료계와 달리 건축계의 시스템이 미흡하기에 가능한 일이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이러한 사례들은 소송이나 위자료를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시원한 발코니가 필요하다면 경량목구조가 아닌 중목구조나 철근콘크리트 구조 혹은 철골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목적은 설계 프로세스의 전개방식이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한 번쯤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은 창조성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의 건축프로세스가 과연 창조적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이 맞는지 여부이다. 전체로부터 시작하든 부분으로부터 시작하든 디테일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지 못한 디자인 행위는 그렇게 창의적일 수가 없다고 생각된다. 한결같은 전체에서 부분으로의 지향, 한결같은 철근콘크리트 및 노출콘크리트에 대한 집착은 어쩜 디테일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는 관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건축에서 근래의 자유롭고 다채로운 조형적(Formative) 형태들을 결코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 있다. 더불어 근래에 자주 보이는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또한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하는데, 부족한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거푸집 계획을 통해 콘크리트의 물성과 빈티지한 미학적 감수성을 공간에 투영하고자 했다는 자평은 B급 문화에 대한 자가당착적 예찬론이지 않을까 한다.

만약 예산이 부족했다면 프로세스를 피드백하여 다른 디테일과 시스템을 고려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아무리 고려해봐도 부족한 예산을 극복할 수 없다면 애당초 설계를 사양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지어진 건축물의 규모를 고려해 보면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혹은 대안을 찾을 수 없었던 건축가의 판단 요인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 시스템 이외에 다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는 다소 획일적인 관점 자체가 오히려 우리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저해하는 근원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독특한 스타벅스 인테리어로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일본 건축가 쿠마 겐고의 ‘약한 건축’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건축가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리바이블(revival) 되고 있다. 하지만 쿠마 겐고의 디자인은 쉽게 리바이블(revival) 되지 못한다. 전체로부터 부분이 아닌, 부분으로부터 전체를 지향하는 프로세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쿠마 겐코의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엄밀하게 전체 혹은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디테일과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술력의 문제일 것이다. #쿠마겐코 의 디자인을 두고 창의적인 형태라고 설명하는 건축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쿠마 겐코의 디자인은 사회의 보편적 산업과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디테일과 시스템 그 자체이다.

형태적으로 다채롭게 보이지만 한편으론 왠지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디자인은 전체에서 부분을 지향하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전체에서 부분을 지향하는 모든 프로세스가 그럴 리 만무하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는 그렇게 창의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과물들은 그렇게 창의적이지 못한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전체에서 부분이 아닌, 부분에서 전체를 지향하는 방법의 가치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이 튼튼하다면 전체에서 부분을 지향하든 부분에서 전체를 지향하든 이러한 문제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요점은 우리의 디자인과 디자인 프로세스가 창의적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건축의 근간인 보편적 기술과 산업이라는 기본이 튼튼하지 못함으로 인한, 디테일과 시스템의 결핍의 문제이지 않을까 한다.


쿠마 겐코(Kengo Kuma), Prostho Museum Research Center
사진출처 : 비온후풍경
 



그리고 참고해야 할 것은 창의성 자체가 더는 건축의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축가에게 집을 의뢰하는 대부분 집주인이 바라는 점은 창의적인 집을 지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집다운 집을 지어달라는 의미이다. 간혹 세련된 모던 스타일의 개성 있는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춥고, 물 새는 집을 지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에서 가장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상이 소위 공공건축물이다. 공공건축물은 지자체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의 일종의 업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다분하다 보니, 건축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 주택도 어떤 경우 실질적인 거주성의 문제보다 외형적인 형태를 통한 개인적 욕망을 반영하고자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집주인들의 이러한 욕망이 강할수록 집은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창의성은 종종 극단적인 후진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쿠마 겐코의 디자인을 쉽게 리바이블 할 수 없는 이유는 건축가라면 누구나 문제의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건축주 때문이거나, 무지한 공무원 때문이거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핵심은 디테일과 시스템을 구현할 재간이 없다는 점이다. 설명한 바와 같이 보편적 기술과 산업이라는 기본기의 문제로 인한 결핍이다. 물론 의지를 다지고 마음먹고 달려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기라는 문제는 억지스럽게 무엇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편성이란 가치는 기본기의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특이한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이 디자인의 창의적 관점이라는 것은 적어도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반대이어야 한다. 누구나 다할 수 있는 ‘보편성 속에서 특별함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 #건축디자인 의 관점이 아닐까 한다. 디테일과 시스템의 문제가 일정 수준 이상 억지스럽지 않게 소통,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의 보편적 가치 체계’가 창의성을 떠받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스케치북에 그림 한 장 그려놓으면 누군가 알아서 해석하여 누군가 알아서 집을 지어준다는 발상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디자인 프로세스이다. 우리의 건축가들이 스케치북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어쩜 우리의 보편적 기술 수준의 결핍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는 일밖에 없다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 대한 명확한 상황인식이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건축을 예술로 설정하고 예술이란 핑계로 예술도 추구하지 않는 형태적 유희에 몰입하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이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건축가 의 유희를 위해 춥고, 어둡고, 물 새는 #건축 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가의 유희를 위해서 건축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극단의 형태적 유희가 필요할 경우라도 최소한의 디테일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건축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의 문제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계에 비해 체계성이 미흡한 건축계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사회적 체계성 속에는 건축가의 책임의 문제도 분명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디테일과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고려해야 할 점 중의 하나는 국내 실정에 맞는 보편성 확보라는 문제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남의 심장과 남의 눈을 나의 심장과 나의 눈으로 이식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남의 심장과 남의 눈을 온전히 나의 심장과 나의 눈으로 만들기까지 수많은 의학적 단계가 필요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건 미국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니까. 이건 유럽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니까. 이건 일본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니까. 라고 해서 우리에게도 당연히 보편적인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남의 심장이나 눈을 갖다 쓸 수 없는 이치 아니겠는가. 나의 신체 조건과 여러 가지 상황을 따져보고 또 따져보아야 할 대상이 남의 것을 사용하는 문제일 것이다. 사전 조사부터 이식 행위, 그리고 이후 안정화까지 단계별로 치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더불어 막연히 우리 것이니까 좋은 것이라는 관점 또한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것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으며, 계승해야 할 것도 있고, 폐기해야 할 것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한옥에 대한 논의는 논쟁의 여지가 많은 분야이다. 한옥은 우리 것이니까 좋은 것이고, 우리 것이니까 다소 춥고 불편해도 좋다는 관점은 한옥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남의 것, 우리 것이란 문제가 아니라 심장과 눈, 그리고 우리의 신체라는 대상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를 직시하는 것이 중요한 태도일 것이다.

우리에게 이식된 경량목구조라는 대상의 일례를 들어본다.


<경량목구조 수평 모듈의 변형 사례>



통상 경량목구조의 가장 기본적인 모듈 중 하나인 스터드(Stud) 간격은 407 간격을 기본 모듈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모듈은 스터드와 O.S.B. 및 석고보드 등의 주요 부재의 규격을 고려한 모듈이다. 심지어 창호 규격조차 모듈화되어 있다. 경량목구조 초기 도입 시절 나무자재 발주 시 창호도 같이 발주했어야 했는데, 모듈화 되어 있는 미국식 창호 규격을 카달로그에서 확인하고 발주해야 했다. 다시 말해 창호 사이즈를 임의로 선택하여 발주 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성제품화 되어 있는 규격에 맞추어 설계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창호 모듈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하였고, 제품의 a/s 문제 등의 이유로 지금은 모듈화되어 있는 미국식 창호를 거의 쓰지 않는 추세이다. 요즘도 종종 미국 수입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식 창호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는 업체들이 간혹 있지만, 객관적 사실관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창호라는 제품의 물성적 품질은 미국식 창호보다 소위 독일식 창호가 훨씬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식 창호도 우수하나 상대적으로 수입 범위가 다양하지 못하다. 우리나라 수입차 선호도 조사에서 독일 차와 일본 차가 미국 차보다 훨씬 선호 받는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창호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의 주택 문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가장 효율적인 모듈로 개발된 경량목구조의 스터드 간격은 조금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시 말해 국내 경량목구조 설계 방식은 경량목구조의 본연의 취지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경량목구조에 대한 설계자의 인식이 다소 결여되어 있는 문제도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주거방식에 대한 문화적 차이라고 해석해야 함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요점은 407 간격의 스터드 모듈은 이런저런 이유로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구현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더불어 근래의 내진 기준 강화 및 온돌, 처마, 발코니, 테라스 등을 선호하는 우리의 거주 문화 특성에 대해 벽식구조인 경량목구조는 다소 가변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일부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근래의 패시브(Passive)적 기술 요소의 도입으로 세부적인 디테일 문제에서 우리나라 기후환경을 고려하여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요인도 발생하고 있다.

<경량목구조 수평 모듈의 변형 사례>라는 위 그림의 내용은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 경량목구조의 수평 모듈을 일부 변경한 사례이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우선 SC라는 부재는 Stud Column이라는 약자로 (명칭의 큰 의미는 없다. 편의상) 필요에 따라 벽식구조와 가구식(Post & Beam) 구조로 혼용하여 사용하겠다는 취지이다. External Stud는 내진 등 수평 하중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브레이싱(Bracing)과 같은 구조부재를 결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이다. 물론 연결철물을 사용하는 간단한 해결책도 있다. 하지만 온돌, 처마, 발코니, 테라스 등의 공간을 선호하는 주거문화 특성상 외부로 돌출되는 부재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들이 좀 더 선호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검토 중인 디테일이다. 한마디로 북미식 경량목구조와 일본식 중목구의 특성을 우리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변형, 적용해 보자는 취지이다. SC 부재의 구체적인 형상은 예시에 표현된 형상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며 실효성 있는 구조 결구 방식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구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외장재와의 관계성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국내 현장에서 스터드 모듈의 불규칙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외장재의 결속 방식과 관계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 외장재는 구조체와 직접 결속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인데, 대부분 외장재는 스터드라는 주요구조재와 직접 체결되는 경우가 아닌 O.S.B.와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O.S.B.라는 부재도 구조재이지만 O.S.B.는 시팅(Sheathing) 부재인 만큼 외장재의 결속 대상인 주요구조재라고 말할 수 없다. 만약 부득이하게 시팅(Sheathing) 부재에 외장재 결속이 필요하다면 O.S.B. 보다는 내수합판이 더 적합한 물성일 수도 있다. 특히 근래에 외장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벽돌 마감은 목구조의 이러한 내막을 인지한다면 결코 쉽게 적용할 수 없는 외장재료이다. 다소 괴기한 비유지만 충분한 의미전달을 위해 부연하자면, 피부에 바늘을 꽂은 후 아령을 매달아 스쿼트를 실시하라는 말도 안 되는 엽기적인 행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외장재는 목구조에 적합한 경량의 판재와 같은 건식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경량목구조라는 시스템에 부합하는 외장재 선택 기준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례들은 목재 및 세라믹 사이딩, 시멘트보드 위 스터코 혹은 타일 마감 등이며, 그림에서 채택하고 있는 외장재는 외장용합판 위 오버코트 도장을 전제로 표기되어 있다. 물론 이외에도 고려할 수 있는 외장재는 몇 가지 더 있을 수 있다. 단 가장 저렴한 공사비 때문에 많은 전원주택 현장에서 시공 중인 외단열미장마감 공법은 목구조와 상관관계에 있어 심각하게 재고해야할 방법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본 글의 맥락과 다소 상이한 부분이 많음으로 별도 단락에서 논의하도록 한다.

그리고 위 그림에서 스터드 간격을 407이 아닌 610을 선정한 이유는 대부분의 건식 판재들이 1,220X2,440 규격의 자재들임을 고려하면서, (창호 오프닝 모듈 및 내벽과 만나는 지점(Backer)을 610 간격, 407 간격 등을 최대한 고려할 경우) 단열성능과 시팅(Sheathing) 부재 및 외장재의 효율적인 시공성과 품질을 확보하고자 적용한 모듈이다. 스터드 간격을 610 모듈로 할 경우, 폭이 575 규격인 글라스울 가등급 단열재를 사용하면 현행 지역별 단열기준에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다. 참고로 창호 오프닝 치수는 창호의 길이에 따라 킹스터드(King Stud)와 잭스터드(Jack Stud) 개수를 고려하여, 첫 번째 잭 스터드 간격이 610 모듈로 반영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610 간격의 스터드를 사용할 경우 시팅(Sheathing)부재는 15T 이상 규격을 확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기준들이 디자인의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언급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스템을 잘 이해하면 시스템에 합당한 디자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언급한 몇 가지 개념들을 정리하면 몇 가지 유추되는 이미지를 상상해 볼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다.



다음 그림은 경량목구조 수직 모듈과 관련된 몇 가지 변형 사례이다.


<경량목구조 수직 모듈의 변형 사례>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줄기초 형식과 같은 기초의 형상인데, 중목구조 시스템에서 채택하고 있는 베타 기초라는 방식으로,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목구조의 통풍, 환기 문제, 온돌 문화가 없는 일본의 주거방식 등의 이유로 일본에서 사용되는 기초 방식이다.

국내에서 이러한 베타 기초를 적용하고자 했을 때 장점은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1층 온수 온돌층 하부를 (그림에서 450) 축열층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검토된 디테일이다. 온돌 문화에서 축열층은 충분한 장점이 있으며, 열효율 측면에서도 유용한 방법이다. 축열층을 위한 단열층은 그림에서 베타 기초 내부에 단열층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단열 성능 향상이란 관점에서 그림에서 2X6 구조체 외부에 형성된 2X2 단열층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형성한다면, 베타기초 단열층과 좀 더 두꺼운 연속적인 단열 레이어를 형성하면서 목구조 하부 플레이트 부분의 열교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부수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초 형식은 설비 배관의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현재 대부분 현장에서 설비 배관은 기초 측면으로 인입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설령 기초 하부로 인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주요 배관 상당수가 기초 콘크리트 속에 형성됨으로 인해 장기적인 건축물의 유지관리 측면에서 불합리하다. 그림처럼 설비 배관을 베타 기초하부로 인입 하여, 축열층에서 별도 배관계획을 할 수 있다면, (통상 철근배근 당일 설비배관이 함께 이루어지는 시공 일정상 정교한 배관 품질이 어려운 현실적인 현장 문제의 개선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유지관리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결심도 이하로 설비 배관이 형성되면서 어지간한 추운 지역에서도 겨울철 수도관이 얼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 사소한 문제지만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베타 기초 형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어떤 클라이언트는 집안에서 나무와 화초들을 키워보고 싶다는 전제에서 축열층 일부를 식재를 위한 실내화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화분 몇 개 갖다 놓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혹은 경우에 따라 화분에 물 주면서 일일이 화분 받힘에 물 넘치는 것을 신경 쓰다 보면 사실 식재 대상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번거로움 없이 바닥에 마음껏 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식재계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요소는 소위 그린-인테리어 개념 또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디테일인 것이다. 물론 식재계획에 따라 채광 등의 다른 요소들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목적은 전체가 아닌 부분이 가질 수 있는 가치는 얼마든지 풍부하며, 디테일이나 시스템은 건축가의 상상과 설계의도구현에 결코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대상이 아님을 언급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단순히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옮겨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이식 방법은 결코 성공적일 수가 없다) 국내의 현실을 참작한 자체적인 검증 과정 및 표준화 또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디테일은 부분이 아닌 전체일 수 있으며, 또 다른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아뜰리에 비온후풍경 / OGL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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