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소와 건축의 묘미는 상상 및 호기심과 더불어 다양한 생각 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소쇄원, 담양
사진출처 : 비온후풍경


산 봉우리들이 형성한 계곡을 따라 흐르는 천(川)을 곁에 두고, 마주하는 경사지에 집을 짓는 방식은 우리에게 특별한 집짓기가 아닌 보편적인 집짓기 방식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만 보편적인 방식이 아니라 산과 같이 레벨차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속성을 갖는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져 살펴보면 차이점도 있다.

피틸리아노(Pitigliano), 토스카나
사진출처 : 비온후풍경


피틸리아노 일원은 화산재가 넓은 지역에 걸쳐 퇴적되어 생성된 응회암층이 침식작용을 통해 계곡을 형성하고 있는 지형적 특성이 있다. 침식되지 않은 혹은 침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정된 터를 삼아 집을 짓다보니 사진과 같은 풍경을 가지게 되는 것다. – 로마(Rome) 또한 같은 원리에 의해 형성된 도시 임 –

건축은 자연 이란 대상을 형상(形相)적으로 – ‘형상(形相)’과 ‘형상(刑象)’은 다른 의미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형상(刑象)은 형태와 유사하다 – 해석하며, 사물(thing, matter) 자체로 이해함이 필요한 대상이다. 형태(形態) 혹은 기하학(geometry)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다른 방식인데, 자연을 형태(形態)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잘못된 방식 중 하나가 우리가 흔히 아는 풍수지리 이다. 풍수(風水)는 자연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지 자연의 형태(形態)(=형상(刑象))를 은유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대상이 아니다.

소쇄원 의 가구식 건축이나 피틸리아노의 조적식 건축은 형태(形態)적으로 전혀 다른 축조 방법이지만, 모두 그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집짓기’ 방식일 뿐이다. 집을 나무로 짓느냐, 벽돌이나 석재로 짓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건축은 대상(사물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장소 는 이러한 건축 행위를 통해 획득되어진 인간을 위한 정주지 이며, 장소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통틀어 거주함(Dwelling) 이라고 한다.

현대의 기술은 집 을 짓고자 하는 대상의 장소성을 상상이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머지 않아 달이나 화성에 인간의 거주함을 위한 정주지가 만들어질지 모른다. 가파른 경사지 정도는 현대 건축공학의 기술로 어렵지 않게 거주함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대상이다.

Vivenda en Almuñécar
사진출처 : https://homeadore.com


이러한 (상대적으로) 독특한 장소성은 거주자에게 또 다른 감성, 엄밀하게 ‘감각작용’을 불러일으킨다. 기술의 적용은 보편적이지만, – 현재의 건축공학은 이 정도의 기술은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공의 난위도와 기술의 보편성은 조금 다른 결이지 않을까 한다. – 보편적 기술을 통해 획득된 장소는 다양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소쇄원의 구축방식은 그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구축방식이지만, 그렇다고 소쇄원의 분위기까지 보편적이지 않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디자인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기술을 다룬다는 것은 사물 (thing, matter)에 대한 이해를 전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 디자인을 예술에 기대어 설명하고자 하는 발상은 애초부터 불합리한 발상일지 모른다. 현대 예술은 너무나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 예술은 결코 소쇄원을 창조할 수 없다.



아뜰리에 비온후풍경 / OGL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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