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인과 함께 토지구매 관계로 양평 어느 부동산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부동산’이란 간판 옆에 ‘~개발’이란 타이틀과 함께 토지구매뿐만 아니라 집을 짓는 일체 행위를 토탈-서비스하고 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지던 기억이 있다. 전원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예비건축주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한번은 향남 인근 택지개발지구 내 부동산에서 1억5천을 투자하면 설계부터 시공까지 완료하여 감정가 5~6억 상당의 수익형 임대주택을 완공하여 인도하고, 임대 및 입주 후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면서 이에 대한 손익계산서까지 자신 있게 브리핑하는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만난 적도 있다. 언뜻 들으면 혹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단독주택을 비롯한 상가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등의 소규모건축물 시장에서 부동산중개 사무소를 매개로 한 이와 유사한 집짓기 모습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집짓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녹색 포털사이트 네모 창에서 집짓기와 관련된 각종 키워드를 검색해 보게 되는데, 인터넷의 바다에는 감당하기 힘든 정보들이 끝도 없이 나열된다. 전문 빌더들의 자신들만의 노하우와 차별화된 집짓기 방법들도 수두룩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장한 마케팅 업체들의 의미심장한 문구들도 즐비하며, 가깝게는 성실한 건축업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지인들도 있다. 어쩜 집짓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론 뭔가 정리되지 않은 찜찜한 부분이 있음을 감지한다. 밀림을 방불케 하는 이러한 습도 높은 정보들은 소규모건축물 시장의 다양한 주체들이 저마다의 이야기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그렇게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다. 집 짓기 생태계는 나름의 법칙을 통해 이미 정글처럼 안정화 되어 있으므로 이유가 어찌 되었든 현상을 인지하고 정글의 상황과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낯선 정글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무엇보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설픈 자기주장이나 막연한 직감만으로 경솔하게 판단했다가 더 난감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집짓기 피해사례 등 다양한 클레임과 업체들에 대한 비판 등, 날 선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더불어 그동안 공부하고 수집한 갖가지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현장에서의 문제점과 그 이상의 억측들로 게시판은 활활 불타오르기도 하는데, 대부분 시공사와 관계된 갈등이지만 설계사무소와 갈등도 종종 있다.

정글은 다양한 생물학적 종들의 자연적 메커니즘의 집합체이듯, 집짓기 생태계 역시 다양한 주체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괜히 정글에 빗댄 생태계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다양한 주체들이란 부동산중개업소, 부동산중개업소와 연계된 건축 업체(업자), 건축 설계 사무소, 허가방, 허가방과 연계된 업체(업자), 업체(업자)와 연계된 허가방, 개인 빌더, 인테리어업체, 하우징업체, 건축시공업체(업자), 컨설팅업체, CM 업체, 건축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주체들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상호 직, 간접적 개연성을 가지고 공존하기도 한다. 한때 정글의 왕자는 타잔이고 라이언 킹이라는 법칙이 있었는지 몰라도 집짓기 생태계에선 정글의 왕자가 따로 없다. 정글의 다양한 주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하면서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도태하는 주체들도 있고 가끔 돌연변이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주체들도 있다. 굳이 정글의 법칙을 논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유유상종의 법칙 정도이지 않을까 한다.​

아마존의 눈물과 북극의 눈물은 값싸고 더 좋은 재화를 얻기 위한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이듯 활활 타오르는 게시판 역시 이러한 욕망에 관한 우리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습도 높고 수림이 우거져 불확정적으로 보이는 정글의 특성 때문에 예비건축주들은 비교분석과 의인화를 통해 정글을 정량화하고 상황과 문제점을 해결해 가고자 하지만 정글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이미 안정화 되어 있다.

​무조건 싸고 무조건 좋은 그런 관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정글에서 어떤 행위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평당 500만 원이 소요되는 집짓기가 있고 평당 700만 원이 소요되는 집짓기가 각각 있을지는 몰라도, 평당 700만 원이 소요되는 집짓기를 평당 500만 원으로 실현하는 집짓기는 없다. ‘평당 얼마인가?’라는 기준으로 정글의 안내자를 찾고자 한다는 것은 엄중한 정글의 법칙을 고려해 보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정글을 괜히 정글이라 하겠는가.​

더불어 정글에는 수많은 정보가 흘러넘친다. 도시의 낮과 밤은 너무나 달라서 도시의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 듯, 우리의 삶 자체도 이러한 도시의 낮과 밤처럼 무엇이 진짜 도시의 모습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우리 모두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정작 무엇이 사실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시스템 창호가 단열성능이 좋다’라는 정보는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단열성능이란 개념은 열관류율 등 공학적 검증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며, 창호의 단열 성능평가는 창호 프레임 성능과 유리의 성능을 구분해서 평가되어야 하며, 창호 프레임의 단열성능은 창호 타입별 각각의 시험성적평가가 필요한 항목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시스템 창호 중 개별 창호 타입별 시험성적서를 가지고 있는 제품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시스템 창호가 단열성능이 좋다’라는 정보는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문제이다.​

또 한 가지 일례로 개인 빌더들의 블로그를 통해 콘크리트기초와 목구조의 접합 부위 처리방식 등 목조주택에 대한 저마다의 노하우가 담긴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입장에서 검토해 본다면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숙련된 시공자의 경험적 판단이라 하더라도 공학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더불어 집짓기를 준비면서 통과의례 중 하나가 박람회장을 찾는 일이다. 박람회장은 집짓기 정보의 백과사전일 것 같지만 실재는 단순한 백화점일 뿐이다. 가끔 유익한 정보와 신기술로 무장한 유용한 업체들과의 소통의 창구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속성은 시장사회의 마케팅 공간이다. 건축과 자동차의 차이점 중 하나는 건축은 제품의 조립, 생산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박람회장의 대다수 정보에서는 제품에 대한 소개는 있을지 몰라도 건축의 재료적 속성과 재료의 관계성 및 디테일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우수한 성능의 창호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창호의 설치, 구조체 및 마감재와 만나는 이음매 부위의 시공 방법, 관련 후레싱 Flashing 처리 등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값비싼 창호는 그만큼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창호 자체의 성능보다 주택 전체의 단열, 기밀 수준 등을 고려한 적절한 품질의 창호와 올바른 창호 시공법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정보는 대부분 이런 경우이며,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반드시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보는 정보 그 자체보다 정보에 관한 판단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정보는 정보 자체보다 정보의 객관성 및 판단 여부, 정보들의 관계성 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집이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정보의 해석과 균형이 중요한 문제이다.

​건축주들의 관심은 대체로 제품, 재료적 범주의 관심사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좋은 제품이 좋은 집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집은 자동차처럼 제품의 생산, 조립만으로 집의 품질과 성능을 평가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집 짓기는 자동차 만드는 것과 달리 균질하지 못한 현장 상황 속에서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제품, 재료 등을 정량화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정량화만으로 균질한 품질이 획득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짓는’ 행위의 중요성을 현실적으로 인지하는 시점이 대부분 집 짓기 이전이 아니라 완공 후 하자가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이다. 물론 하자의 발생 여부와 집의 품질 및 성능의 문제는 반드시 선형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하자가 없다고 해서 집의 품질과 성능이 우수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하자와 관련된 부분은 시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설계단계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인데, 아직 크게 두드러지고 있지 않지만, 시공하자 못지않게 설계 하자인 경우도 사실 적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집 짓기 행위 전체에 대해 건축가, 시공자, 건축주 각각의 책임과 의무를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요원하다.

​어쨌든 집 짓기에서 정보의 해석은 이러한 짓는 행위와 연관되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다. 제품이나 재료 자체의 문제보다 이러한 제품과 재료과 짓는 행위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정보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건축이란 범주에서 건축 행위의 여러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보의 정합성을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정보의 해석 방법이며, 이러한 정보에 관한 판단은 당연히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집 짓기는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한 것이며 건축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건축가의 행위는 인허가 행정절차를 대행하는 건축대서사도 아니고 집짓기에 있어 단순히 그림이나 도면을 그리는 역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행위를 포함하여 집짓기에 사용하는 재료와 재료 간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올바른 시공 방법을 제시하고 관리, 감독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설계와 시공 등 일련의 집짓기 과정에서 프로젝트 전체를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역량을 갖춘 건축가 많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고, 건축가 중 상당수는 아직도 건축대서사 수준에 머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 대부분은 마케팅 속의 정보이며, 이미지화된 정보인데, 정보는 반드시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당 정보의 정합성과 짓고자 하는 집의 전체적 관점에서 건축 전문가의 종합적 판단을 통해 해석해야 한다.

​종종 매체를 통해 콘텐츠 Contents 혹은 스토리 Story 중심의 정보들을 종종 마주하는데, 러브하우스 열풍 이후 잊힐만하면 등장하는 집짓기와 관련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 남해 인접한 어느 곳에 어느 연예인의 삶과 집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식상한 포맷이 되었고, 개그맨을 앞세운 리얼 집짓기 체험 프로그램, 저렴한 비용으로 꾸며보는 셀프 인테리어 프로그램, 작은 공간을 알뜰하고 세련되게 리모델링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 아토피 환자의 건강한 집짓기 등 집짓기와 관계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포맷으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 요즘은 부동산업계를 대신하여 집을 알선해 주는 행위조차 예능화 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콘텐츠 대부분은 연출자 및 출연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리액션 중심의 정보로 객관적 정보가 이미지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요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점도 일부 있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으며 무엇보다 지극히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소재 중심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정글의 족장과 함께하면 1억으로 집짓기가 정말 가능할 것 같고, 경쟁적으로 작은 집을 찾아 특수성을 부각하는 세태 등은 건강하고 보편적인 주거문화라는 관점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 것이다. 종종 방송작가, 정기간행물 기자로부터 주택소개 요청 전화를 받으면서 느끼는 점 역시 다분히 의도되고 기획된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매체의 속성상 매체의 상업성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정보의 왜곡에 대해서 현실적인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매체는 매체일 뿐이다.​

광주시 장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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