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 견적에 앞서 설계 검토가 우선이다 –

공공건축물이란 대상에는 ‘설계 의도 구현’이란 개념이 있다. 여기서 ‘설계 의도 구현’이란 개념은 설계 완료 후 건축과정에서 설계자를 참여시켜, 설계 의도 구현을 법정업무(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로 규정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시행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도 요원하고, 업무 대가 산정 기준 등의 문제 또한 애매하다.

어쨌든 이러한 ‘설계 의도 구현’이란 대상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몇 가지 이유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설계 완료 후 시공과정에서 초기 설계 목적 및 의도와 무관하게, 심지어 설계자 협의 없이 설계안을 변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관행은 초기 설계안과 상이한 건축물로 준공되어 건축디자인과 시공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는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사후설계관리업무에 대한 모호한 기준 등으로 인해 건축설계사무소 입장에서 비합리적인 업무 관행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상설계에 당선되기도 쉽지 않지만, 설령 당선됐다 하더라도 이후 설계과정 및 설계 완료 후 사후설계업무 과정에서 발주처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련의 공공건축물 설계 관행은 고스란히 건축설계사무소의 피폐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직원 서너 명과 함께 어찌 되었건 이러한 프로젝트라도 간간이 수행하며 사업장을 연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건축설계사무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의 핵심은 발주처의 건전성과 전문성이다. 물론 관련 제도적 체계 또한 중요한 대상일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경험하면서 혹은 동네를 산책하면서 마주하는 공공건축물이란 대상은 결국 발주처의 건전성과 전문성에 대한 또 하나의 표상이며, 다름 아닌 우리 사회, 문화에 대한 자화상이다. 그래서 설계 의도 구현 이외에도 초기 발주단계에서 건전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도 논의 중이다

공공건축물이란 범주에서 이러한 상황은 #소규모건축물 시장에서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단독주택 등과 같은 소규모건축물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발주처의 건전성과 전문성만 확보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또는 설계 의도 구현이란 별도의 업무 대상 신설만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좀 더 근본적인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의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발주처의 문제는 잠시 논외로 하고, 건축 설계 자체에 대한 문제로 한정해 보고자 한다.

종종 어떤 #건축주 로부터 #단독주택 관련 #견적 의뢰를 요청받는다. 인허가 진행 중인 단계이며, 다음 주 정도면 건축 설계 사무소로부터 최종 납품 도면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위 #시공사 선정을 위한 비교 견적을 의뢰하는 것이었다. 건축주는 두세 군데 정도 비교 견적을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언급했다. 그리고 건축주로부터 (물론최종 도면은 아니지만) 설계도면을 받아 도면을 검토한다.

비온후풍경 / OGL Architects, 용인 전원주택단지 근린생활시설
사진출처 : https://genius-partners.com/


표면적으로는 크게 무리 없는 무난한 설계 진행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설계 단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사실 시공사의 도면 검토 단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설계과정은 오롯이 #건축가 와 #건축주 양자 간의 소통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시공사를 포함한 삼자 간의 소통이 필요한 만큼 그동안의 양상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우선 도면 검토라는 것은 건축 설계 못지않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대상이다. 설계(자)는 ‘도면이란 기호체계’를 통해 완공 건축물을 ‘표현’하는 것이다. – 물론 설계업무를 이러한 도면 생산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관점인지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건축 설계업무를 도면 생산에 국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 – 그리고 시공(사)은 이러한 도면이란 기호체계를 해석하는 것으로부터 시공 업무가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도면대로만 지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도면대로 지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설계 와 #시공 은 적지 않은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집짓기 단계에서 설계에서 시공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는 협의와 소통이 필요한 대상이 사실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는 이견도 있을 수 있다. 단독주택 등 소규모건축물 시장에서 특히 건축가 주도로 진행되는 프로세스에서, 소위 최종 설계도서 납품 전 몇몇 시공사의 비교 견적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은 당연하게 진행되는 일종의 프로세스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 견적 이전에 설계사무소가 생산한 설계도면에 대해 비용의 문제를 포함하여 기술적 검토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전의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기술 검토가 전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땅히 기술적 검토가 병행되었겠지만, 시공 행위를 전제한 기술 검토는 조금 다른 관점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전의 기술 검토는 건축설계사무실 자체적인 기술 검토라면, 시공 행위를 전제로 한 기술 검토는 다자간의 기술 검토이다. 물론 무작정 많은 기술 검토가 반드시 유용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시공 전 최소한의 설계 검토(Cross Check)과정은 분명 필요한 대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검토를 통해 이전의 설계도면은 필요에 따라 재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축설계사무소의 설계업무 단계에서 도면에 대한 건축물의 기술 검토과정은 비교 견적이란 명분으로 사실상 생략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건축가 주도의 설계 프로세스에서 시공사 선정에 대한 대부분 건축가의 속마음은 건축주와 관계에서 ‘적절한 비용 범위’ 내에서 ‘분쟁 없이’ 소위 자신의 ‘설계 의도를 구현’시켜줄 시공사를 찾는다고 봐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속세에 초연한 듯하면서 건축주에게 알아서 시공사를 선정해 오면 몇 가지 검토 정도는 해주겠다는 건축가들도 모습은 시공사 선정 전후 과정에서 건축가들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표면적으로는 무난한 설계 진행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집짓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생산된 설계도서에 관한 기술 검토 등을 포함한 다차원적인 설계 검토(Cross Check) 과정이 암묵적으로 생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몇 배의 편차가 발생하는 설계비도 문제지만, 종종 억 단위로 왔다 갔다 하는 공사비에 대해서 건축주 관점에서는 어느 한 편은 사기꾼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도면 및 설계 행위에서 생산된 결과물에 관한 다각적인 설계 검토(Cross Check)가 생략된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설계도면은 해석의 과정에서 해석의 자의성과 편차, 오류를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구체적인 기준’이란 건축물에 대한 형태적인 외관뿐만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구체적인 디테일 등이 빠지지 않고 반영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설계 단계 혹은 설계 완료 후 각종 기술 검토 등의 설계 검토 작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건축주를 조력해야 할 건축설계사무소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설계 검토를 생략하거나, 시공사의 비교 견적을 통해 대체하려고 하면서,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시공과정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은 반드시 설계와 시공이란 양 날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대상이므로, 건축가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시공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공과정에 참여와 조정의 선행 조건 중 하나가 생산된 도면에 대한 설계 검토이다. 비교 견적이란 시공사의 상대적 평가에 앞서 도면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설계 검토를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공공건축물의 ‘설계 의도 구현’이란 개념을 언급하면서 그 취지와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설계 완료 이후 소위 설계 의도 구현이란 관점에서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대상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처럼 그에 부합하는 전문성 또한 스스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설계사무소의 전문성은 소위 디자인 행위만으로 한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업무 범위이며, 또 다른 차원의 전문성이 필요한 대상이다.

사실 적지 않은 건축가들이 소위 디자인 중심의 건축 설계 행위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으며, 건축물의 기술적인 측면은 상대적으로 다소 도외시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의사 또한 환자에 대한 객관적 판단 보다, 그 외적인 것에 관심을 두는 의사들도 적지 않은 것과 유사할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기술 검토 등, 디자인 이외의 부분은 건축 설계 업무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축가들도 있다. 쉽게 말해 건축가는 디자인 작업의 주체이고, 기술적 검토 등은 엔지니어 혹은 시공사에서 해야 할 업무 대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외국의 경우 이러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외국과 다르며, 외국도 반드시 그러한 것만도 아니다.

한편으론 턱없이 부족한 설계비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령 건축주가 이러한 기술적 검토에 필요한 추가적인 설계비를 지급한다고 해도, 모든 건축설계사무소가 비용의 문제를 포함한 도면의 기술적 검토과정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한 경우는 극히 드문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별 건축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축 설계(Architectural Design)’란 대상의 ‘사회, 문화적 보편성’에 대한 기준이나 공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건축 설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인허가 및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어떤 건축적 형태를 디자인하는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아닐까 한다.

여기서 사회, 문화적 보편성의 의미는 몸이 아프거나 건강 검진을 하고자 할 때, 병원을 찾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처방받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3000원 남짓 진료비를 내고, 4만 원의 상당의 약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의료보험 등의 사회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재 약값은 16만 원에 달한다)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고, 뼈가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의료체계는 대단한 사회적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설계사무소가 건축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마다의 특성이 있게 마련인데, 약사와 의사가 따로 있고 안과와 정형외과가 구분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더불어 건축주 또한 설계계약 단계에서 건축설계사무소의 이러한 개별적인 전문성 등에 관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선정하고자 하는 건축설계사무소가 안과 전문인지 정형외과 전문인지 정도는 사실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사회적 보편적 시스템일 것이다. 하지만 집짓기의 건축설계사무소 선정 시 대부분 안과 전문인지 정형외과 전문인지를 식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건축주와 설계사무소는 구체적인 프로세스 및 업무 범위 등에 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앞서 발주처의 건전성과 전문성을 언급했는데, 단독주택과 같은 소규모건축물 시장에서 발주처는 다름 아닌 건축주 자신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축주의 경우 집은 자주 지어보는 대상도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보편적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것도 아닌지라, 사실 설계계약 전에 설계사무실과 무엇을 협의해야 하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는 현실일 것이다.

어떤 건축가는 몇천만 원이란 설계비용을 책정하고 있고, 소위 허가방이라는 설계사무실은 몇백만 원이란 설계비용을 책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사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편차이다. 그리고 몇천만 원이든 몇백만 원이든 설계비용의 문제는 설계 행위 주체의 업무 범위와 생산 성과 및 품질 등의 문제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은 상식적인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건축주 관점에서 건축가의 일련의 건축 행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어떤 의료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 시공사 선정과정 및 설계 프로세스 단계 등에서 건축 설계사무소들의 태도 및 업무 방식에 대해 사실 이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사실상 가늠할 수가 없다.

앞서 견적을 의뢰한 건축주 역시 나름대로 지명도 있는 건축가에게 소정의 설계비를 지급하고 생산된 설계도면이란 것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은 있을지 모르지만, 생산된 결과물이 의미하는 궁극적인 가치 혹은 객관적인 평가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사의 판단을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듯, 몇 가지 요구사항을 언급하는 정도 이외에는 건축가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는 대상이 건축 설계라는 대상일지 모른다. 문제는 의료체계는 그나마 사회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집짓기에 대한 사회적 체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일련의 논의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점은 건축 설계란 대상은 아직 사회적으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양의 경우 수백 년간의 사회적 경험을 통해 자리 잡은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100년이 채 안 된 사회적 시스템이며, (사실 아직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것마저도 자생적인 발전이 아닌 일제 강점기란 인위적인 역사를 통해 이식된 체계인 만큼 서양의 시스템과 직접적인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설계업무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당연하게 생각하는 비교 견적이란 과정은 언급한 바와 같이 다소 불합리한 속성이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소 의도적으로 생략되고 있는 생산 도면에 대한 기술적 검토 등의 문제는 결코 비교 견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분명한 점은 생산된 설계도면에 관한 기술 검토과정은 생략해서는 곤란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비교 견적이란 대상은 이러한 기술 검토 이후에야 합리성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기술 검토 단계는 누가, 어떻게, 어떤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단독주택 등과 같은 소규모건축물은 공공건축물 혹은 대형건축물 등과 일련의 과정과 대상의 속성 자체가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건축설계사무소 자체적으로 대상 건축물에 대한 신뢰성 있는 기술 검토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소규모건축물 시장에서 실효성 있는 기술 검토를 병행할 수 있는 건축 설계사무소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두 번째는 기본 설계 단계 이후 기술 검토 주체를 선정하여 실시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기술 검토의 주체는 엔지니어적 측면에 대한 전문성 있는 또 다른 설계사무실이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실효성을 위해 시공사 두 군데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여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고 기술 검토와 실시설계를 지원받는 방법이다. 건축설계사무소가 직, 간접적으로 시공과정에 대한 실효적인 개입이 불가능하다면, 건축주 관점에서 이러한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설계계약 단계부터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설계계약이 진행될 확률은 전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건축가로서 기술 검토 역량이 부족하니 별도의 전문 주체와 병행 작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추가적인 비용을 요청한다면 계약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설계사무소 선정 단계부터, 시공 및 시공과정에 대해 직접적인 행위 역량이 있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공과정에 참여, 조정할 수 있는 설계사무소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에선 하우징 업체와 비교하면서 이러한 부류의 건축설계사무소들이 소위 디자인 역량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일경우도 적지 않다. 단독주택 등과 같은 소규모건축물 대상에서 비용과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소위 디자인-빌드(Design-Build)라는 개념이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러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주체는 극히 드문 현실이다.

비온후풍경 / OGL Architects, 부산 수안동 근린생활 시설 및 단독주택
사진출처 : https://genius-partners.com/


설계 의도 구현이란 분명 중요한 가치이다. 그리고 실효성 있는 설계 의도 구현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를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법령과 제도를 신설하고 수정해 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과 가장 동떨어진 대상이 우리의 법령과 제도인 경우가 적지 않다 – 중요한 점은 다소 습관적인 관행으로부터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실천 역량일 것이다. 디자인이란 모호한 가치 속에서 다소 도외시 되는 건축물의 기술적 측면이다. 특히 소규모건축물 범주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도면 생산이란 범주에 한정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집짓기의 일련의 과정에서 – 특히 시공과정에서 – 건강하고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위해 건축가의 지속적인 참여는 필수적일 것이다. (설계 의도 구현이란 본연의 취지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적 참여를 위해서 설계 완료 전, 후 단계에서 도면에 대한 설계 검토 작업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설계 의도 구현은 모호한 디자인적 가치와 말로써 구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고 실재 건축디자인(Architectural Design)이란 대상을 가장 왜곡시키고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건축가 스스로일지도 모른다.


아뜰리에 비온후풍경 / OGL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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