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비용의 문제는 집짓기에 있어 가장 큰 난관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평당건축비 에 관한 관심은 집짓기에 있어 화두에 가깝다. 그런데 한두 푼이 아닌 이러한 공사비에 대한 논의를 ‘평당 얼마인가’라는 질문과 ‘평당 얼마입니다’라는 대답으로 가늠할 수 있는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짓기 과정에서 흔한 이러한 상황은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우리의 습관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아파트는 나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어엿한 주거 상품이기에 이러한 질의응답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일종의 주문형 제작방식인 집짓기는 아파트를 장만하는 방법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어찌 되었든 합리적인 집 짓는 비용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집짓기의 가장 중요한 숙제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점은 합리적인 #공사비 는 합리적인 건축설계 행위의 연속 선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 란 #조력자 의 행위를 기반으로 #설계 와 #시공 이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집짓기 과정은 일종의 주문형 제작방식임을 간과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건축설계 과정은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를 주문하는 행위와 유사한 것이며, 설계라는 행위를 통해 생산된 설계도면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집짓기를 위한 주문서와 유사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주문서를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작성했는지에 따라 제작에 드는 비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합리적인 공사비는 합리적인 건축설계와 밀접한 관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 합리적인 건축설계라는 기준 또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건축설계 과정은 디자인이란 명목으로 그림 몇 장 그리는 행위도 아니며,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대행하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여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실시설계 등 보다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는 전문영역이다. 주문서라고 해서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아닌 소규모 자동차 전문 공장에 발주할 건축주에게 특화된 자동차를 위한 주문서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건축설계 진행을 위해서는 건축설계비 또한 적지 않게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설계비는 나를 위해 특화된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설계 주문서를 작성할 수 만큼의 설계비가 책정되지는 않는다. 이 대목에서 집이란 대상이 반드시 나를 위해 특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단락에서 언급하는 것으로 한다. 어쨌든 이러한 설계비의 문제는 체계적인 설계과정의 부실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의 지속적인 반복으로 인해 (사실 낮은 설계비에 대한 문제는 아주 많이 오래된 문제이다) 현재의 건축설계사무소 대부분은 건축주가 합당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도, 이에 합당한 체계적인 건축 디자인 프로세스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비교견적 이란 부분이 있다. 일반 건축주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건축설계사무소조차 어느 정도 설계단계가 진행되면 시공사로부터 비교 견적을 받는 것을 매우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이러한 인식은 매우 잘못된 방법이자 관행이다.

사진출처 : 비온후풍경


우선 시공사의 견적작업은 건축설계 못지않게 전문적인 영역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도면 보고 더하기 빼기 하여 이윤 몇% 추가하면 시공 견적이 산출될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견적을 작성하는 주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소위 동네 업자 수준일 것이다. 견적작업은 우선 설계도면이 의미하고 있는 가상의 건축물에 대한 해석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해석의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해석의 결과는 다를 수 없다. 물론 같은 해석의 결과라고 해서 비용이 동일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사비 항목에서 직접공사비의 해석 결과가 같다면 비용의 편차 역시 20%를 넘지 않을 것이다. – 참고로 공사비는 크게 직접공사비와 간접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직접공사비란 말 그대로 실재 건축공사에 투입되는 직접 비용을 의미한다 – 20%의 오차는 큰 차이일 수도 있지만, 20%의 오차는 사실 큰 차이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20%의 오차는 해석 방법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기로 한다.

어쨌든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것 또한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이러한 도면을 해석하는 것 또한 전문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이러한 설계 도면의 해석 과정에서 달랑 설계도면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고 견적서를 제출하라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 불합리한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결과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도록 형식적 방법론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도 건축설계사무소의 본연의 역할이다. 더불어 해석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서 객관적 기준을 수시로 시공사와 피드백하며 최종 제출된 견적서 내용이 객관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 또한 설계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의 집짓기 과정에서 비교 견적이란 행위는 있지만, 비교 견적 이전에 있어야 할 설계자와 시공자의 일련의 소통과정은 미흡한 정도가 아니라 부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설계자에게 있다고 생각되는데, 공사비에 대해 객관적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설계자의 전문성이 부족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설계와 시공이 만나는 이러한 순간, 소위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설계자의 일련의 행위는 건축설계 못지않게 집의 구체적인 DNA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점은 설계자가 아닌 건축가의 역할일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모습은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건축가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건축주 입장에서 합리적인 집 짓는 비용이란 관점이 아닌, 건축가의 작품을 가장 잘 구현해 줄 수 있는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하는 다소 불순한 의도일 것이다. 많은 건축가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설계 의도 구현만큼 중요한 점은 건축주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게끔 조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비교 견적의 목적 또한 합리적인 공사비 산정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이지, 비교견적 자체가 합리적인 공사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성은 건축가의 전문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검증되어야 마땅한 부분이지, 비용의 상대적 비교만으로 공사비의 합리성을 획득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는 전문 협력업체가 존재하고 있지만, #단독주택 등 #소규모건축물 시장에서는 오롯이 건축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에 대한 책임성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함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명확히 해야 할 점은 설계 예가(추정가격) 작성 주체는 시공사가 아닌 건축설계사무소라는 점이다. 건축설계사무소는 설계 예가를 작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설계를 포함한 상세한 설계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설계비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이러한 실시설계에 대한 전문성, 비용과 디테일의 상관관계, 시공성 등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체계적인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건축설계사무소는 상대적으로 드문 것이 현실이다. 합리적인 설계과정은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그리고 설계 예가 등 필요한 설계도서 일체에 대한 작업을 완료한 후 몇몇 시공사를 선정하여 현장설명회와 더불어 제공된 설계도서에 대한 상호검토 및 질의응답 등을 통해 시공사는 비교 견적을 제출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다. 다시 말해 비교 견적이란 행위는 엄밀하게 이러한 설계 예가 작성 이후에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설계사무소에서 건축 인허가가 마무리될 즈음 시공사로부터 비교 견적을 받기를 원한다. 물론 과거와 달리 인허가 도서 자체가 상당 부분 설계 진행이 완료되어야 행정절차를 접수할 수 있긴 하지만, 어쨌든 최종 도면이 완성되기 이전에 비교 견적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관행이다. 물론 개략적인 견적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비교 견적작업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축설계사무소 입장에서 최종 스펙 및 디테일을 확정하기 이전에 공사비의 규모를 가늠해 보기 위함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의 비교 견적이라면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이에 합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설명한 바와 같이 설계 예가 작성 주체는 건축설계사무소이므로 설계 예가 작성을 위해 시공사의 비교 견적을 요청한다면, 응당 이에 상응하는 비용은 설계비의 외주비용 개념으로 지급되어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교 견적은 시공사의 수주 활동을 볼모로 대행하고자 함을 부인할 수 없다. 시공사 또한 수주 활동 차원에서 10개 비교 견적 참여하면 몇 개는 수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비교 견적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면에 대한 세심한 기술 검토와 합리적인 공사비 산정 등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체계적인 건축설계에 대한 부재의 문제를 비교 견적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잘못된 관행은 부적합한 시공사 선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시공사의 현장 운용은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인 관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궁극적인 원인은 건축주의 무지몽매함을 핑계 삼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력자로서 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부재함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통상 건축주와 건축설계계약 단계에서 건축주가 먼저 설계 예가를 작성하는지를 물어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있는지조차 잘 알 수도 없을뿐더러 설계비조차 평당 얼마로 가늠하는 문화가 만연된 만큼, 설계비의 세부 구성 항목 등의 문제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건축설계사무소 처지에서도 ‘당신은 설계비를 많이 내지 않았으므로 실시설계와 설계 예가 작성은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 계약 자체가 늘 급급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해서 반복되는 되는 상황은 건축설계사무소마다 설계도서의 품질이 현격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기도 하다.

판테온(Pantheon)
사진출처 : 비온후풍경


이러한 상황은 시공사도 마찬가지이다. 최저가 입찰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싸지 않은 수준에서 공사비를 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므로, 체계적인 공사비 산출과정보다는 전체비용을 거꾸로 조정하는 때도 비일비재 하다. 시공사 또한 소위 평당 건축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비교 견적을 제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굳이 애써 기술 검토와 이런저런 질의응답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집짓기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듣는 말 중에 가장 많은 내용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라든가 ‘요구사항이 많아서 힘들었다’ 등의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부류의 이야기들은 두 가지 경우이지 않을까 하는데, 첫 번째는 너스레나 혹은 엄살일 경우이다. 두 번째는 견적작업 시, 도면 해석 혹은 해석 방법이 달라서일 경우이다. 결국, 도면 해석과 적정 비용의 문제에서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공사는 시공계약 이전에 설계도면 해석과 더불어 시공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사전 검토하여 설계자와 협의 후 이를 반영한 계약과정이 정상적인 시공계약 과정이다. 시공사들의 이러한 푸념 같은 이야기들은 시공 계약과정에서 체계성이 없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설계자 또한 이러한 체계성의 부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의 소규모건축물시장에서는 설계자와 시공자가 면밀하게 건축물에 대해서 검토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비교 견적이란 행위만으로 시공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모두에게 불합리하며 불행한 상황이다.

그리고 집짓는 비용의 문제와 시공사 선정 문제는 설계와 시공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설계와 시공은 집짓기란 전체 프로세스 속에서 상호 보완관계를 가지고 있는 대상임과 동시에 남녀의 연애사처럼 혹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부들의 속사정처럼, 필연적인 관계지만 다를 수밖에 없는 차이점도 있다.

설계와 시공의 관계가 다정한 연인들처럼 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설계자와 시공자는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를 이해하기엔 각자의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한마디로 DNA 자체가 다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지향해 가고 있는 예도 있지만, 아직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어 놓기는 쉽지 않은 관계임은 분명하다. 굳이 이들의 속성을 남녀의 연애사에 비유하자면 설계자는 남자의 속성을, 시공자는 여자의 속성을 갖는다. 통상 반대일 것 같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그 반대이다.

시공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겪다 보면 전쟁터의 군인들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이런저런 상황들에 더 가깝다. 때가 되면 아이들 밥 챙겨 먹이고, 어질러진 집안 정리하고, 학교 숙제했는지 확인하고, 준비물 챙겨서 시간 맞추어 학원 보내고, 길 다니면서 차 조심하라고 수없이 타이르고, 위험한 놀이나 장소에 가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우리네 엄마들의 가정사와 꽤 닮았다. 그리고 시공자에겐 비밀이 많다. 여자 친구처럼 물어도 속 시원하게 대답하는 일이 별로 없고,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것 같지만 다소 두루뭉술하며 오빠를 사랑하는 건지 오빠의 배경을 사랑하는 건지 가끔 감 잡기가 힘들 때가 있으며, 도통 그 속내를 알기 어렵다. 그러다 결혼하여서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가 되었지만, 월급통장 맡겨놓고 용돈 타 쓰는 처지가 되어버리기 일쑤이며 살다 보면 이런 여우가 따로 없고 몇 년 더 살다 보면 어느새 호랑이가 되어 있다.

반면 설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부장적인 편이다. 때론 꼬장꼬장하며 어떤 때에는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뜻밖에 소심한 것도 같으며 때론 사소한 일에 망설임 없이 빠져들기도 한다. 연애 시절 온갖 화려한 프레젠테이션과 감언이설로 유혹하지만 정작 결혼해서 살다 보면 갑갑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어떤 설계자들은 인허가 업무가 끝나면 준공 때까지 현장 한번 나와 보지 않는 설계자들도 부지기수이며, 어떤 설계자들은 디자인과 건물의 생김새에만 집착하는 설계자들도 있다. 은근히 우리의 남자들과 닮아 있는 점이 있다.

어찌 되었건 집짓기는 설계자와 시공자의 힘을 빌려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데, 때에 따라 본의 아니게 남들의 연애사 혹은 가정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집짓기의 리스크 관리 중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설계와 시공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시공 단계에서도 설계자의 설계 의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법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집짓기 전체 프로세스를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전문성을 갖춘 조력자로서 건축가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설계와 시공이 만나는 방식은 설계와 시공 주체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집짓기 비용과 건강한 프로세스라는 관점에서 방법과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비교 견적이란 행위는 이러한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법과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설계와 시공이 만나는 순간인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합리적인 방법과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우선 건축설계사무소 선정 기준에 있어 건축가의 업무 범위가 설계도면 생산에 한정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설계도면 생산 이외에 어떤 업무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확인한다고 해서 객관적인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설계 예가, 도면에 관한 기술 검토 및 품질,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있는지 등의 문제는 건축설계사무소 선정 기준의 중요한 요인들임을 간과해서 안 될 것이다. 통상 디자인이란 외모만 보고 건축설계사무소를 선정하는 것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가장 무책임하고 비전문성을 방증하는 사례는 시공사 선정을 비교견적 몇 군데 받아서 건축주가 알아서 선정하라고 하는 건축설계사무소일 것이다. 이 경우는 두 가지 이유로 추정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복잡한 문제에 관여하기 싫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시공 및 현장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러한 건축설계사무소의 설계도면은 건물의 외모는 이쁘장할지 모르겠지만, 건물의 품질은 그렇게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더불어 건축가의 업무 범위를 설계 행위에 한정하고 있는 건축설계사무소의 대표적인 양상이기도 하다. 종종 타일, 바닥 마감재, 위생도기 리스트 등 마감 자재 몇 개 구체적으로 선정하는 것을 견적작업의 기준을 명확하게 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설계사무소들이 이런 부류의 설계사무소일 확률이 높다. 지극히 당연한 사항을 포장하는 감언이설이며, 중요한 문제는 건축물의 디테일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들이 설계도면에 정확하게 명기된 것이 중요한 사안이다.

반면에 건축가가 시공사를 추천하는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시공사와 건축가는 몇 번의 프로젝트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시공 과정에서 안정적인 현장 운영의 장점이 있다. 단점은 이러한 경우 시공사의 공사비가 대체로 높을 확률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경우에 대해 또 다른 방법은 실시설계 단계에서 MOU 개념과 유사하게 두 군데 시공사로 하여 기술 검토와 견적 검토를 의뢰하고, 소정의 프로세스를 통해 두 시공사 중 한 곳과 시공계약을 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러한 시공사의 기술 검토와 견적 검토에 최소한의 비용을 책정해야 할 것이며, 건축설계계약 단계에서 설계비 구성 항목 및 이러한 비용에 대한 책정 문제를 건축주와 협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합리적인 방식이지만 이러한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공사비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여 시공분야 및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해 건축가의 많은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시공 행위에 직, 간접적으로 실재 개입하는 건축설계무소를 찾는 것이다. 사실 익숙한 방법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설계사무실 유형과는 사뭇 다른 유형이다.) 집짓는 비용과 품질 및 디자인이란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 또한 설계 및 시공분야에 대해 건축가의 많은 경험 및 전문성이 요구된다.

언급한 4가지 방법에서 알 수 있는 점은 합리적인 집짓는 비용 산정과 시공사 선정의 합리성을 위해서는 건축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설계와 시공이 만나는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프로세스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건축가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며, 이는 다시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아니면 복불복이다.



아뜰리에 비온후풍경 / OGL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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